많은 발표자들이 솔루션을 소개할 때 기술의 우수성을 앞세우지만, 정작 심사위원들이 듣고 싶어하는 것은 다릅니다.
그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이 기술이 얼마나 뛰어난가’가 아니라 ‘이 기술로 실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입니다.
솔루션에서 아이템으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발표 흐름은 단순한 기술 설명을 넘어 청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강력한 설득 도구가 됩니다.
기술 자체의 복잡함보다 그 기술이 현실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는지에 집중할 때, 심사위원들은 비로소 고개를 끄덕이며 발표에 몰입하게 됩니다.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어떻게 해결하느냐’
“저희 기술은 세계 최초로…” “당사의 AI 알고리즘은 기존보다 35% 더…”
이런 말을 듣는 심사위원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게 왜 중요한데요?”
IR 피칭에서 솔루션 설명은 의사가 환자에게 치료법을 설명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환자는 의학 용어보다 “이 약을 먹으면 통증이 어떻게 줄어들고, 일상생활이 어떻게 나아지는지”가 궁금하죠. 마찬가지로 심사위원도 기술의 우수성보다 그 기술이 실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알고 싶어합니다.
“저희 솔루션은 고혈압 환자가 병원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혈압을 손쉽게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실제로 3개월간 약 복용률이 20% 이상 개선된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렇게 ‘누가 어떤 문제를 겪고 있었는데, 우리 솔루션이 어떻게 그것을 바꿨는지’를 중심으로 설명하면 이해도가 확연히 올라갑니다. 기술은 결국 수단일 뿐, 핵심은 ‘이 기술로 무엇을 해결했는가’입니다.
솔루션과 아이템 사이, 흐름이 끊기면 몰입도도 끊긴다
많은 발표자가 솔루션을 설명하다 갑자기 이렇게 말합니다.
“그래서 저희 제품은…”
이때 듣던 사람 입장에서는 머릿속에 물음표가 생깁니다. “응? 갑자기 제품 소개?”
실제로 심사위원들은 이런 상황에서 흐름이 끊겼다고 느낍니다. 방금까지 문제 해결 방식을 설명하더니 갑자기 제품 얘기로 넘어가면 연결이 어색하게 느껴지죠.
솔루션과 아이템은 발표에서 ‘붙어 있어야’ 합니다. 솔루션이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방식이라면, 아이템은 “그 해결책을 실제로 구현한 결과물”입니다. 다음과 같이 연결하면 자연스럽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희는 ‘자가진단형 모바일 혈압 관리 키트’를 개발했습니다.”
“바로 이 해결책을 담은 실제 아이템이 ‘OOO 서비스’입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연결되면 청중은 발표의 흐름을 끊김 없이 따라올 수 있고, 솔루션에서 아이템으로 이어지는 논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이템은 모든 기능이 아닌 ‘핵심 특징’만 말하는 것
아이템 소개에서 자주 보이는 실수는 ‘기능 나열’입니다.
“이 제품은 5가지 센서를 탑재했고요.”
“연동 가능한 앱이 3종류고요.”
“다양한 색상이 있고요…”
쇼핑몰 상품 설명처럼 모든 기능을 나열하면 청중은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더욱이 듣는 사람은 점점 지치죠.
발표자는 반드시 아이템의 핵심 차별화 포인트 2~3가지만 선별해서 강조해야 합니다. 그것도 ‘문제 해결’에 직결되는 특징만으로요.
“저희 제품은 배송 중 음식물이 새는 문제를 막기 위해, 2중 밀폐 구조를 적용했습니다. 이 구조는 기존 용기보다 흘림 사고를 90% 감소시켰습니다.”
의사가 모든 약의 성분을 설명하는 대신, “이 약은 특히 염증을 빠르게 줄여 통증을 완화시킵니다”라고 핵심만 짚어주는 것과 같습니다. 듣는 사람은 이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이거 진짜 필요하겠네.”
흐름이 곧 설득력이다
IR 발표는 정보 전달이 아닙니다. ‘설득’의 예술입니다. 좋은 소설이 독자를 사로잡듯, 발표도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청중을 사로잡아야 합니다.
문제를 제시하고, 솔루션으로 해결 방식을 보여주고, 그 솔루션이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됐는지 아이템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때, 청중은 발표에 몰입하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많은 발표자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기술은 최고입니다.”
하지만 심사위원의 입장에서 더 중요한 건 다른 질문입니다. ‘이 팀이 진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신뢰는 깔끔하게 짜인 발표 흐름 속에서 생겨납니다.
기술보다 흐름, 자랑보다 공감
기술은 아무리 좋아도 설명이 어색하거나 흐름이 끊기면 설득력을 잃습니다. 반대로, 기술이 조금 부족해도 문제와 솔루션, 아이템을 하나의 이야기로 잘 엮으면 청중은 발표에 깊이 빠져들게 됩니다.
솔루션은 기술이 아니라 해결책이고, 아이템은 그 해결책의 실체입니다. 이 둘을 하나의 문장처럼 연결하세요. 그러면 발표를 듣는 심사위원이 속으로 이렇게 말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 이 문제는 저 아이템이 진짜 해결할 수 있겠구나.”
그 말이 나오는 순간, 당신의 발표는 이미 절반은 성공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