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원사업 발표든, 투자유치 IR 피칭이든 모든 발표는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집니다. 많은 발표자들이 멋진 기술과 뛰어난 성과를 강조하며 본론부터 시작하지만, 정작 듣는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죠.
‘그래서 이 아이템이 왜 필요하지?’ 심사위원의 마음이 열리지 않으면, 그 이후에 아무리 잘 만든 솔루션을 보여줘도 그건 그냥 남의 이야기로 들릴 뿐입니다.
그래서 발표는 ‘내가 이 문제를 왜 해결하려 하는가’, 즉 ‘문제인식’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문제인식은 단순한 배경 설명이 아닙니다. 그 한 페이지로 발표의 흐름이 정해지고, 심사위원의 집중도와 공감을 이끌어내며 이후에 나올 솔루션과 비즈니스모델의 설득력까지 좌우됩니다.
왜 문제인식이 발표의 승부처인가?
정부지원사업 발표에서 심사위원은 정책 부합성, 사회적 파급력, 실현 가능성을 중심으로 평가합니다.
투자자는 기술성, 시장성, 투자가능성을 주요 판단 기준으로 삼습니다. 이처럼 발표 초반에 문제의 현실성과 시급성을 공감시키지 못하면, 아무리 훌륭한 솔루션과 비즈니스모델을 제시해도 주목받기 어렵습니다.
문제인식 페이지에서 공감을 얻지 못하면, 발표 전체가 빛을 잃습니다. 발표의 승부는 바로 이 첫 페이지에서 결정됩니다.
내 아이템이 없어서 생기는 구체적 문제를 찾아라
많은 발표자들이 문제인식 페이지에서 너무 거시적이고 추상적인 사회문제를 언급하는 실수를 범합니다.
예를 들어, 친환경 용기 개발 사업이라면 “지구온난화”나 “플라스틱 오염” 같은 거대 담론을 먼저 꺼내기 쉽지만, 이는 심사위원의 공감을 얻기 어렵습니다.
정부지원사업 발표에서는 반드시 내가 만들고자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부재로 인해 실제 현장에서 발생하는 구체적 문제를 중심으로 문제인식을 설계해야 합니다.
예시: 정부지원사업 수준에 맞춘 문제인식
거시적 문제(비추천):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환경오염이 심각하다.”
구체적 문제(추천): “현재 시중의 친환경 식품용기는 내구성이 약해 배달 과정에서 음식물이 새거나 용기가 찢어져 소비자 불만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1년간 배달앱 고객센터에 접수된 친환경 용기 관련 불만 건수는 30% 증가했습니다. 이는 친환경 확산 정책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실질적 사용이 저조한 주요 원인입니다.”
이처럼 현장에서 실제로 겪고 있는 불편, 데이터, 고객 불만, 정책 미달성의 원인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 심사위원의 공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정부 정책 방향(예: 친환경 확산, 국민 불편 해소)과도 긴밀하게 연결된다는 점을 강조해야 합니다.
기술기반 아이템이라면 ‘현황’부터 제시하라
기술적이거나 전문성이 높은 아이템일수록, 문제 자체를 바로 제시할 경우 심사역이 내용을 따라오기 어렵습니다.
이럴 땐 문제 앞에 ‘현황’ 페이지를 먼저 배치하여 산업 상황, 기존 방식의 한계, 정책 방향 등을 짧게 설명하고, 그 흐름에서 자연스럽게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효과적인 ‘현황’ 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은 요소가 포함되어야 합니다:
- 산업 구조 및 시장 동향: 해당 기술이 속한 산업의 규모, 트렌드, 적용 분야
- 기존 솔루션의 한계: 현재 기술 또는 제품의 성능, 비용, 환경적 문제 등
- 정책 및 규제 환경: 정부 정책 방향이나 제도적 요구사항
- 데이터 및 통계 자료: 시장 점유율, 사고 발생률, 불만 접수 건수 등 객관적 수치
이러한 정보를 간결하게 제시하면, 심사역은 이후 제시되는 문제의 맥락을 쉽게 이해하고, 솔루션에 대한 설득력도 함께 높아집니다
예시 흐름 (기술 기반 아이템 발표 구조)
현황: “학교급식 현장에서 다회용기 회수율은 평균 40%에 불과합니다.”
문제: “회수되지 않은 다회용기가 위생과 폐기물 문제를 유발하고 있으며, 식중독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솔루션: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저희는 자동 회수/세척이 가능한 클린 서큘러 용기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이처럼 산업 환경에서의 현실을 제시한 후 문제를 짚으면, 심사역은 자연스럽게 아이템의 필요성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 현황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면 설득력을 더욱 높일 수 있습니다: 해당 기술이 속한 산업의 구조와 시장 동향, 기존 솔루션의 한계, 관련 정책 및 규제 환경,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수치나 통계 자료입니다.
발표자가 이 아이템을 왜 지금 개발해야 하는지, 왜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정당성이 이 페이지에서 시작됩니다.
정부지원사업 vs 투자 IR, 문제 접근법은 다르다
정부지원사업 발표와 투자유치 IR 피칭은 목적과 평가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문제를 말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합니다.
정부지원사업에서는 정책 부합성과 사회적 파급력을, 투자 IR에서는 수익성과 시장성 중심의 설득이 필요합니다.
같은 아이템이라도 ‘누구에게 말하느냐’에 따라 ‘무엇을 강조하고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는 전략적으로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구분 | 정부지원사업 발표평가 | 투자유치 IR 피칭 |
---|---|---|
목표 | 정책적 필요성·사업 타당성 강조 | 시장성·사업 기회 강조 |
핵심 문제 | 제도 미비, 현장 불편, 정책 실패 사례 | 고객 불편, 시장의 Pain Point |
효과적 접근법 | 현황 → 문제인식 → 솔루션 | 문제인식→솔루션→비즈니스모델 |
설득 포인트 | 정책 방향과의 연결, 사회적 파급력 강조 | 시장 성장 지표, 실사용자 사례 중심 |
이 표는 발표자가 정부지원사업과 투자유치 IR의 차이를 이해하고, 심사역의 관점에 맞춰 발표 전략을 조정해야 함을 보여줍니다. 같은 문제라도 어떤 언어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심사역의 반응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문제를 설득해야 솔루션이 들린다
많은 발표자들이 솔루션의 완성도에 집중하지만, 정작 심사역이 관심을 갖게 되는 순간은 그보다 앞에 있습니다. 바로 ‘이 문제는 정말 해결이 필요하다’고 납득되는 지점입니다.
문제의식이 분명하지 않으면 그 뒤에 이어지는 기술과 모델, 계획은 공감 없이 스쳐 지나가기 마련입니다. 마치 목마르지 않은 사람에게 물을 권하는 것처럼, 문제에 공감하지 못하는 청중에게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발표는 결국, 듣는 사람을 설득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설득은 늘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이 첫걸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문제인식 페이지는 가장 신중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심사역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이 문제는 정말 해결이 필요하겠군”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여러분의 피칭은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입니다.